중구속옷구매에서 인연까지 2화 ( 3층의 여자들)
2화: 3층의 여자들
강준이는 두 번째 스타킹을 받은 후, 며칠 동안 고민에 빠졌다. 과연 그들을 만나야 할까? 아니면 그냥 이 일을 묻어버려야 할까? 하지만 할머니는 이미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준아, 너 요즘 왜 그렇게 3층 신경 쓰냐?"
"아…… 아니에요. 그냥…… 할머니가 예쁘다고 하셔서 궁금했어요."
"하, 내가 봐줘. 너 여자 친구 없지? 그럼 한번 인사라도 해봐. 할머니가 과일 좀 갖다주라고 할게."
강준이는 말리고 싶었지만, 할머니는 이미 과일을 정성스럽게 포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그는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계단을 오를수록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그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아니면 자신이 스타킹을 주문한 사실을 알고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3층 복도에는 두 개의 문이 나란히 있었다. 왼쪽 문에는 '수진 & 지은'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강준이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긴 생머리의 여자가 나타났다. 맑은 눈망울에 하얀 피부, 그리고 상큼한 미소. 강준이는 그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네? 누구세요?"
"아, 저…… 2층 할머니 손자 강준이라고 합니다. 할머니가 과일 좀 갖다 드리래요."
"아! 할머니 손자분이셨군요. 안녕하세요, 저는 수진이라고 해요."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과일 바구니를 받아들였다. 그 미소에 강준이는 또 한 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안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수진아, 누구야?"
"2층 할머니 손자분이래. 과일 갖다 주셨어."
이내 짧은 단발머리의 여자가 나타났다. 날카로운 눈빛과 도도한 인상이었지만, 미소를 지을 때는 의외로 상냥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은이에요. 같이 살고 있어요."
"네, 강준입니다."
강준이는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갑자기 지은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잠깐만요…… 강준 씨, 혹시 서울에서 사셨나요?"
강준이는 순간 얼음이 된 기분이었다. 그녀가 뭔가 눈치챈 것 같았다.
"아…… 네. 그런데요?"
"아! 설마 그때 그 택배 주문하신 분……!"
지은의 말에 수진이도 눈을 크게 떴다.
"어? 설마 그 스타킹?"
강준이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땅으로 꺼지고 싶었다. 그는 더듬거리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게…… 그건…… 제가 실수로……!"
"아이고, 세상에! 진짜 그때 그 사람이었구나!"
수진과 지은은 동시에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강준이는 그제야 그들이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농담은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저희가 인터넷에 중고 스타킹 판매 글을 올린 건 장난이었어요. 그런데 진짜 누가 주문할 줄은 몰랐죠."
"네? 장난이었다고요?"
"네, 친구끼리 농담으로 올린 거였어요. 그런데 강준 씨가 두 번이나 시키는 바람에 저희가 더 놀랐어요."
강준이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그들의 장난에 완전히 속아 넘어간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밝은 웃음과 친근한 분위기에 마음이 조금씩 녹았다.
"자, 들어오세요. 우리 차라도 한잔 하실래요?"
수진의 초대에 강준이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집 안은 생각보다 아늑하고 감각적이었다. 벽에는 여러 가지 패션 스케치가 붙어 있었고, 구석에는 재봉틀과 각종 원단들이 놓여 있었다.
"와…… 여기가 작업실이에요?"
"네, 제가 디자이너라서 여기서 작업해요. 저쪽은 지은이의 마케팅 자료들이고요."
수진이 가리킨 곳에는 각종 차트와 통계 자료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강준이는 신기한 듯 그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강준 씨는 무슨 일을 하세요?"
"저는…… 지금 고시 준비 중이에요. 예전에 작은 IT 스타트업을 했었는데…… 망했어요."
수진과 지은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동정보다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IT 스타트업이라면, 우리한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네?"
"사실 저희가 지금 작은 브랜드 를 준비 중이거든요. 온라인으로 패션 제품을 판매하려고 해요. 강준 씨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강준이는 놀라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저 같은 사람이…… 도움이 될까요?"
"모르죠. 하지만 같이 고민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지은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강준이는 그들의 따뜻한 제안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이날을 계기로, 그는 3층을 오르내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2화 끝) 스타킹 : a . z i dd z y . c o m











